강호춘 선교사(독일, 후원: 빌레몬 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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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산재건교회 댓글 0건 조회 1,654회 작성일 22-12-07 21:05본문
마음의 벗님, 안녕하세요?
가을의 끝자락이 이 곳 독일의 조그마한 시골에 풍성하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땀 흘려 추수한 각종 과일과 곡식들이 마을마다 풀로 마켓으로 주말을 쉬지 못하게 하지요. 저희도 사과 5킬로를 6천원에 사서 사과 잼을 만들고, 모과도 6개 사서 모과청을 담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지에서 온 난민들도 부지런히 추위를 준비하는 걸 봅니다. 어쩌면 그들 못지않게 저희들도 이 겨울이 살짝 두렵습니다. 전기세, 물세가 평소 한국의 5배인데, 두 배로 올리겠다는 신문의 공고를 보았습니다. 모든 가족이 겨울나기 경쟁에 들어갔습니다. 저희와 교제하는 우크라이나 가족은 좀 더 큰 도시로 이사했습니다. 독일 정부에서 주는 아파트를 받았습니다. 전쟁이 끝나도 돌아가지 않고, 계속 살기를 원했기 때문에 가구가 다 채워진 아파트에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님이 베풀어 주신 일상에서 서로에게 온기를 전하며 사는 저희의 일상을 나눕니다.
꾸준함에 대하여
지난 10월에 학교에서 크로스 컨트리(cross country) 달리기 시합이 우리 동네에서 있었습니다. 교사, 부모, 학교스탭, 학생들이 함께 5 km 산 길을 달렸습니다. 저도 신청하였습니다. 가끔 아내와 운동삼아 4~5km를 걷곤하여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합 3주전에 시험삼아 처음 달려본 5km는 뛴 것이 아니었습니다. 뛰다가 걷고, 걷다가 뛰었습니다. 낭패감이 밀려왔습니다. 오히려 속도를 내어 걷는 것만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합 전까지 3주간 매일 조금씩 연습하였습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속도가 붙는 것 같았고, 덜 힘들었습니다. 마침내 시합 당일, 5km를 쉬지 않고 달리기로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도 많이 줄었습니다. 꾸준한 연습의 결과였습니다. 조이는 9학년때부터 크로스컨트리를 했습니다. 처음엔 시간안에 들어오지 못해 다른 학교와의 시합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10학년이 되었을 때는 시간안에 들어와 매주 시합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11학년이 되어서는 매주 시합 뿐아니라, 마지막 주에 있는 청소년 유로피안 크로스컨트리 챔피언십에 나갔습니다. 키도 제일 작고, 발도 짧은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 덕분입니다.
칸던에 처음 왔을 때 남성 합창단을 소개받아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월요일 8:30-10:00까지 연습합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연습은 했지만, 공연을 못했었는데 올 여름부터 공개적인 공연을 하는 중 이번 가을에도 서너 번의 공연이 장소를 옮겨가며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1,2차 세계 대전에 나가 목숨을 잃은 독일 병사들에 대한 추모식이 칸던 추모탑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시장님이 오셔서 추모사를 하시고, 목사님은 설교를 하셨습니다. 칸던의 브라스 밴드도 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연주를 하였습니다. 저희 남성합창단도 참여하였습니다. 저는 베이스2를 맡고 있습니다. 연세 드신 분들이 많지만, 맡은 분야에 빠지지 않고 나오십니다. 이 분들이 독일 분이기 때문에 더 정확하고 책임감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70, 80이 넘도록 한 분야에서 꾸준히 섬기는 이 형님들로 인해 저도 게으름을 부리지 못합니다.
섬김에 대하여
둘째 준이가 학교에서 "마녀와 사자와 옷장" (C.S.Lewis 작품)의 연극을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희생이 이 연극의 주제입니다. 우리를 섬기신 주님으로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그분을 친구라 부를 수 있는 특권과 축복을 누립니다.
Black Forest Academy는 선교사 기숙학교 입니다. 6개의 기숙사가 있습니다. 그 중 한국학생들은 23% 정도입니다. 저녁마다 독일 요리사들이 독일식(내지는 서양식) 밥을 해 줍니다. 한국 학생들은 매운 한국 맛을 그리워합니다. 가능하면 기숙사별로 학생들을 초대해 집에서 한국음식을 대접하려고 합니다만, 먹성 좋은 청소년들의 식성을 당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한국음식이 세계화되면서 다른 나라 학생들도 단짠단짠+달콤한 한국음식을 좋아합니다. 이번에 기숙사의 요청으로 두 군데에 가서 30인분씩 떡볶이와 닭강정을 해 주었습니다. 안 매운 것도 반을 만들었지만 다들 매운 것 먹어본다고 기숙사 우유가 동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새로운 걸 두려워하지 않고, 맛있게 먹어주는 학생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습니다.
매주 월요일에 KBS(Korean Bible Study)가 있습니다.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면 제가 차로 학교에 운반해 줍니다. 고2, 고3 합하여 7명입니다. 자기들 스스로 찬양과 게임을 준비해 옵니다. 아내가 일주일 전에 내준 질문들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토론식으로 나누는 시간이 제일 클라이막스입니다. 이미 독실한 부모님을 통해 태어나기 전부터 기도를 받고,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산 학생들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내 삶의 주인이라고 고백하는 학생은 50% 정도입니다. 성경과 예수님에 대하여 아직도 궁금한 게 많은 학생들입니다. 이들의 고민들이 토론시간에 들어납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 삶, 그래서 발생되는 거리감, 진로에 대한 걱정, 자신의 정체성 등은 이들이 주로 나누는 얘기들입니다. 이 주제들이 어떻게 예수님과 삶에 접목이 되고, 비전이 되어갈지 기대됩니다. 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식사시간이고, 제일 진지한 시간은 토론시간, 제일 재미있는 시간은 게임시간이랍니다. 왜 이들의 불확실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까요…
저희들의 기도제목을 함께 나누오니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가족 모두 거룩함을 사모하며 살도록.
2. 재정부를 주님께 하듯 충성되게 섬기도록/ 동역할 재정부 직원을 보내주시도록(혹시 주변에 회계와 관련되어 섬기실만한 분이 계시면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3. 독일 남성 합창단원들과 더 깊이 교제하며 자연스럽게 복음을 나눌 수 있도록.
4. 멘티였던 한 학생이 한국에 돌아갔는데 주님안에서 위로 받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5. KBS : 7명 학생들이 거룩하게 성장하도록/ 크리스챤의 매너를 갖추어 가도록/ 고3학생이 많은데, 그들의 진로를 선하게 인도해 주시도록
6. 아내가 쓰고 있는 글이 12월에 끝날 수 있도록 시간과 힘을 주시도록.
7. 조이, 준이: 그리스도의 정신을 쫓아 살도록/ 좋은 습관이 들도록
8. 12월 말에 있는 컨퍼런스 비용이 채워지도록/ 온 가족에게 은혜의 시간이 되도록
9. 독일어에 진보가 있도록
10. 아내의 건강을 회복시켜 주시도록 : 누적된 피곤으로 목소리가 완전 안 나옴
감사와 사랑을 담아…..
강호춘, 이선용, 강조이, 강준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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